교육 구조와의 관련성
복선형 중등 교육제도
미국과는 달리 영국은 1944년 교육법에 의해 복선형의 중등 교육제도를 채택하였다. 복선형 중등교육기관인 고전중등학교(grammar school), 기술중등학교(teachnical school), 현대중등학교(mordern school)는 사회로부터 각각 다른 평가를 받았다. 또 각 학교는 다른 질의 교육과정을 설치하여 학생들의 학업성취 및 장래 지위를 차등적으로 결정하는 역할을 하였다.
소위 '만 11세 시험'에 의해서 우수한 자는 고전중등학교에, 학력이 중간정도의 아동들은 기술중등학교에, 그리고 학력이 열등하거나 또는 우수해도 빈곤한 층의 아동들은 현대중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이 보통이다. 영국에서는 우수한 아동들을 조기에 선발해서 고전중등학교에 입학시키고, 엘리트 계층에 적절한 교육과정을 조직하여 이에 기초해서 교육시키고 있다. 따라서 초등학교 6년을 이수한 후 각기 지역별로 실시되는 만 11세 시험에 의한 중등학교로의 배정은 곧 한 개인의 장래 지위 및 사회계층의 결정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즉 대학입학시험 준비를 교육내용으로 하는 고전중등학교를 졸업하고 종합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영국 사회구조의 주요 지위에 위치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저급한 현대중등학교에 입학할 경우 대학입학가능성은 희박해지고 낮은 사회적 위치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노동계층 자녀에게 있어 중산계층의 통로인 고전중등학교 입학기회는 중산층 자녀보다 상대적으로 제한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더글라스(J. W. B. Douglas)에 의하면 중산층 아동 중 54%가 고전중등학교에 입학하는 반면 노동계층 아동은 11%만이 입학한다고 밝혔다. 교육기회균등에 관심을 둔 구교육사회학자들은 계층에 따라 고전중등학교의 입학기회가 달라지는 원인이 가정배경의 차이에 근거한다고 설명한다. 즉 중산층 부모들은 자녀들의 지적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문화적 환경의 조성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산층 자녀들은 만 11세 시험에 좋은 성적을 거둬, 고전중등학교에 입학하기가 보다 쉬워진다. 결국 중류층 자제들은 고전중등학교의 입학을 통해 장래의 높은 지위의 직업에 임하게 될 가능성이 낳아진다. 그러나 하층 자녀들은 기술중등학교와 현대중등학교에 입학하여 낮은 사회지위의 직업으로 진출하기 쉽다. 만 11세 시험과 만 11세 시험에 근거한 복선형 중등교육제도는 곧 사회계층구조를 반영하고 사회계층을 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선형 체제에 대한 비판
따라서 교육평등을 추구하는 영국의 교육사회학자들은 계층의 영향을 반영하는 만 11세 시험과, 계층에 따라 장래 사회적 지위를 차등화시키는 복선형 중등학교 자체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또한 만 11세 시험이 폐지되고 복선형 중등학교가 개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결국 세 유형의 중등학교를 종합하여 하나의 학교, 즉, 종합제 중등학교(comprehensive secondary school)로 개편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특히 1959년의 크라우더 보고서 (Crowther report)는 중등교육개혁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1960년대 노동당 정권은 종합중등학교의 확대를 국가 정책으로 밀고 나갔다. 따라서 1970년대에 와서 종합중등학교는 전국적으로 크게 확대되었다. 종합중등학교로의 학제개혁은 곧 사회경제적으로 불우한 위치에 있는 아동 및 청소년들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확대시켜 준 교육제도의 민주화로 평가되었다.
한계
그러나 복선적인 교육제도를 단선화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계층에 따른 교육의 불평등은 계속되었다. 교육의 불평등은 종합중등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의 계층에 따른 학업성취의 차이로 나타난다. 포드(Juliette Ford)는 비선발적인 종합중등학교가 교육수행(educational performance)의 면에서 계층차이를 줄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새로운 등장
구교육사회학자와 달리, 종합중등학교에서의 계층에 따른 교육수행의 차는 통합되지 않은 교육과정에 기인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대두되었는데, 이들이 바로 신교육사회학자들이다. 신교육사회학자들은 종합중등학교로의 학제개편은 구제도 내에 교육 계급체제를 그대로 내면화한 형식적인 구조개혁 이었음을 지적한다. 즉, 외형적인 교육제도만 통합되었을 뿐 학교 내에서 시도되는 교육과정은 여전히 분화된 상태로 지속되었다. 따라서 종합중등학교 개편 이전에 중산계층의 고전중등학교와 노동계층의 기술중등학교 및 현대중등학교로 분리되던 학생들은 종합중등학교 내에서 각기 고전중등학교와 기술중등학교 및 현대중등하교에 해당되는 서로 다른 진로로 분리되었다. 차등적인 성격과 질의 교육과정은 필연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의 차이를 초래하게 된다. 결국 신교육사회학자들은 사회계층구조를 반영한 분화된 이질적인 중등교육과정이 계층에 따른 학업 성취 차이를 초래한다고 주장한다. 호리(Quentin Hoare)는 지금까지 추진되어 온 교육평등정책이 구조적인 개혁에만 주안점을 두었을 뿐 제도의 핵심인 교육과정, 즉 가르치는 내용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아 왔음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종합중등학교가 교육 불평등을 감소시키는데 실패했다는 사실은 교육구조개혁을 통한 교육평등실현에 대한 회의를 낳게 했다. 또한 학제개편의 실패는 교육과정에 관심을 둔 신교육 사회학자들의 입장을 지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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